음식점에서 배우는 성공 협상학

By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아니 이게 뭐야? ”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패밀리 레스토랑 에 지인과 함께 식사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음식을 주문하는 데 종업원이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식 어버린 것을 가져왔다. 어처구니가 없어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음료수 마저 엉뚱한 것을 가져왔다. 마침내 불만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이게 협상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1) 화를 내면서 그 자리에서 종업원을 나무란다.
2) 먹지 않고 두말 없이 그 레스토랑을 빠져나온다 (음식 금액 은 당연히 내지 않는다).
3) “오늘 운이 없구나” 생각하고 그냥 그대로 먹는다.
4) 매니저를 부른다.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은 첫 번째이다. 가져온 음식을 물리 칠 용기는 없으니 불친절한 종업원에게 화풀이를 하고 그냥 가 져온 음식을 먹는다. 그 종업원이 조금 센스가 있으면 서비스 음식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기분은 그리 유쾌하 지 않다.

제법 용기가 있다면, 아니 정말 화가 났다면 두 번째와 같은 결 정을 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 레스토랑이 ‘음식을 시켜놓고 그냥가면 어떡합니까’ 하고 이의를 제기하면 그 때 당신은 일 전 (一戰)을 불사할지 모른다. ‘이게 음식이라고 가져온 것이 야.’ 그 싸움에서 당신이 이길지 모르나 (그럴 확률이 높다) 지인과의 유쾌한 저녁은 물 건너간 셈이다.

당신이 운명에 순종하는 사람이라면 (세 번째의 선택) ‘오늘은 내가 운이 없구나’ 하고 체념하면서 식어빠진 스파게티를 그대 로 먹을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당신은 항상 운이 없는 편에 속하게 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네 번째 방법, 즉 매니저를 부르는 것이 다. 하지만, 매니저를 불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매니저 에게 화를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당신의 기분은 풀릴지 모르나 그렇다고 음식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매니저를 불렀다. 하지만 화를 내기 위해서 부른 것은 아니다. 화를 참고 “매니저, 여기 음식을 한 번 보시오. 이런 음 식을 어떻게 먹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음료수도 우리가 시킨 것과 다릅니다.”

이렇게 말하니 매니저 역시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었다.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음식을 새로 가져다 주었다. 더 놀란 것은 그날 저녁 음식 값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은가?

거래를 하거나, 토론을 할 때 심지어는 전화통화를 할 때 상대방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 화가 날 때가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인 이상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럴 때 정말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화를 내는 것이 나의 목적 혹은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화를 내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다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대 개의 경우 화를 내는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는 드물다. 예컨대, 위에서 예를 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의 목적은 ‘원하는 음식을 지인과 함께 유쾌하게 먹는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이 자신이 설 정한 목적(지인과의 유쾌한 저녁)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면 화를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정말 화를 참을 수 없다면 화를 내는 대신 ‘매 니저 나, 지금 엄청나게 화가 나 있어요’라고 자신의 상태를 그 대로 알리라. 말로 자신의 상태를 알린 다음에는 감정을 폭발 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다음 다시 자신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화는 내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정말 화를 내야 할 상황인데 화를 내지 않는다면, 참으로 기막힌 일을 당 했는데도 조금의 미동도 없다면, 성인(聖人)이 아닌 바에야 그 건 조금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령 위에서 예로 든 레스토랑의 경우 매니저가 ‘충분히 먹을만한 음식인데 왜 시비입니까’ 한다면, 그 때는 정말 마음을 먹고 화를 한 번 낼 필요가 있지 않 을까? 감정의 일단을 드러내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그 경계는 어디쯤일까? 어떤 경우에 감정을 드러내어 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할까. 그것은 전적으로 협상가 자신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런 판단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지식이 어우러진 통찰력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협상은 예술과도 비슷하다.

Leave a Comment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