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영업의 왕도는 있다?

A사 120기 입사 동기들은 오랜만에 모임을 가졌다. 이제는 영업 경력 2년차로 서로 소주 한잔 기울일 날짜와 시간을 조율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제 다들 신입 세일즈맨에서 벗어나 있고, 나름 실적 면에서도 안정적인 괘도에 오른 친구들이다. 술이 한잔씩 들어가자 각자의 영업 노하우에 화제가 모아졌다.

연수 중에 가장 성실하고 모범적이었던 B는 “영업은 정직한 것 같아. 손과 발이 바쁘면 나름대로 실적은 따라오는 것 같아.”

언제나 활달하고 분위기 메이커였던 C는 “무슨 말씀, 관계형성이지.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면 일이 잘 풀리고, 또한 정보도 미리 수집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을 사로잡는 대화법을 익혀야지”

항상 진지한 D는 목소리를 다듬은 후, “전략과 전술이지. 사전에 전략/전술을 세우지 않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지. 나의 시간과 노력은 한계가 있으니까, 한정된 자원의 배분 측면에서도 중요하지”.

술잔을 급하게 기울이던 E는 목소리를 높이며 “성실, 근면, 관계 형성 다 소용없더라. 가격이 못 따라 주니까 모든 것이 꽝이더라. 무엇보다 결국은 가격의 문제로 귀결하더라.”

서로 자신의 방법에 대한 변호, 상대방의 장단점에 대한 논쟁이 과열되자, 동기 회장인 F는 서둘러 화제를 돌리고, 2차로 당구를 제안하고 서둘러 술자리를 마무리 하였다.

오늘 가장 말수가 없었던 G는 일찍 자리를 뜨면서, 동기들의 이야기를 복기 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 맞는 말들이었다. G도 다 한번씩은 시도해 보았던 방법들이다. 그러나 왕도라고 칭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한번만 복용하면 치료되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영업의 왕도” 라는 이놈은 과연 존재는 하는 것인가? 그런 것을 취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지 않을까? 공상을 해보며, 지하철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필자가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한 조각씩 맞추어 구성해본 semi-fiction이다. 아마 지금도 세일즈맨들의 술자리 단골 안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요즈음 세일즈맨은 더 고민이 많을 수도 있겠다. 수많은 정보의 습득과,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도 쉽게 이 명제에 대한 해답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도 영업의 현장에서 동 명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도 했었다. 20년의 영업을 했음에도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것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 만은 분명한 것 같다.

골프라는 운동을 시작하면서도 동일한 종류의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이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골프채를 놓은 지도 꽤 되었지만, 필자는 자칭 “골프 지진아” 였고, 타칭 영원한 “100돌이”였다. 수많은 골프 서적을 탐독하고, 비싼 레슨을 받았고, 수없이 스윙 연습도 했고, 라운딩 숫자도 남 못지 않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점 서가에 꽂혀있는 서적들 중에 가장 많은 것 중에 하나가 골프 관련 서적이리라. 유명한 선수들이 멋진 스윙 사진과 함께 자신만의 노하우를 기술하고 있다. 그들의 조언들을 되새기며 연습을 하고, 이번에는 최고의 스코어를 꿈꾸며 새벽잠을 설치며 골프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정작 골프장 잔디 위에서는 종전의 스윙과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는 모습에 좌절을 반복했다. 골프를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무수히도 해보았다.

그런데 정작 더 기억에 남은 것은 아마추어 고수이던 몇 분의 말씀이다. 어느 분은,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드방퍼거 (“드리이버 샷은 방향이고 퍼팅은 거리이다”)”라고 하셨다. 흔히 드라이버 샷은 거리이고, 퍼팅이 방향이라고 알고 있지만 (즉, 드거퍼방), 본인은 “드방퍼거” 가 맞는 것이라고 하신다. 한편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씀이셨다. 아마추어들이 범하는 실수의 대부분이, 드라이버로 거리를 내려는 욕망으로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한 기업 임원 분의 말씀이다. 이 분은 티샷을 하실 때마다 오른쪽, 왼쪽 발을 3회 번갈아 본 후에 샷을 하셨다. 경기가 진행되며 우연히 발견한 그분의 골프화에 볼펜으로 쓰여진 D와 C 영문 알파벳은 나의 궁금증을 더 자극하였다. 식사를 하며 여쭈어 본 결과, D는 “대가리”의 약자이며, C는 “처박고”의 약자라고 하신다. 그 분은 매번 D와 C를 되 뇌이며 골프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골프 서적과 레슨 프로들이 그렇게 강조하던 head-up (스윙 시에 머리를 미리 들어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번 그런 루틴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골프 이론을 나름대로 수용하고, 본인만의 루틴으로 만든 이런 분들. 모두 아마추어 고수분들이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것에서 발전하여, 본인의 약점 또는 본인이 실수 하는 부분들을 되새기며,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그분들. 이것이야 말로 베스트 샷을 위한, 본인만의 knowhow 또는 왕도가 아니겠는가? 이것을 타인이 그대로 따라서 한다고 베스트 샷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본인에게 맞는 베스트 샷을 위한 고민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다. 아마추어는 공이 똑바로 나가게 하는 연습을 하고, 프로는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슬라이스와 훅을 칠 수 있는 자가 프로라고 하신 분도 있었다. 체격 조건이 다른데, 아마추어가 프로의 스윙을 따라 하고, 바람의 속도가 다르고 골프장의 디자인이 다른데, 똑 같은 스윙으로, 똑같은 골프채로 스윙하고 있으며, 깃대를 보고 스윙을 하고 있지 않은가? 깃대의 앞, 옆에는 헤저드와 벙커가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경기를 이기는 게 목적이고, 핸디캡을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본인이 가장 편안한 거리에 가져가 놓고, 가장 편한 골프채로 하면 되지 않을까?

자신에게 맞는 화법, 자신의 고객 군에 맞는 전략, 자신에게 맞는 영업 방법으로 다가간다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 프로의 모습이고, 그것이 영업의 왕도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영업에는 왕도가 없다. 아니 있다. 본인만의 그리고 본인에게 맞는 왕도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완성된 왕도는 없다 만들어 가는 과정이 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물며 프로 골퍼들도 나이가 들면 스윙이 바뀌고, 스윙/퍼팅 방법을 바꾸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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