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탁월한 리더의 삼중순환학습

1.학습(Learning)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학습이란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10명 중 9명 이상은 공부라고 말한다. 그리고 학습과 연관된 이미지를 자유 연상하라고 하면 어김없이 학교, 칸막이 쳐진 독서실 그리고 야간 자율학습을 떠올린다. 즉,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학습이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지겹도록 지식을 암기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경영학의 조직행동분과에서는 학습을 변화로 이해한다. 즉 학습이란 의식과 태도의 변화, 행동의 변화로 이해한다. 그리고 경영학에서는 학습을 개인차원으로만 국한하지 않으며 조직 차원으로 접근하여 이 이슈를 해결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학습을 통한 개인과 조직의 변화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직차원으로 접근한다는 말은 외부 환경의 변화(고객의 니즈 변화, 경쟁 구도의 변화)를 고려한 경쟁전략의 수립과 내부 시스템의 정렬,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구성원들의 태도 변화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나는 이 글에서 개인차원의 학습에 한정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 왜냐하면 조직 구성원들의 학습과 이를 통한 변화 없이 조직 시스템의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2.왜 인간은 학습을 해야 되는가?
나는 성숙하지 못한 중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그 기간도 고등학교까지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그 때 당시에 나는 공부를 교과서의 지식을 암기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이런 공부에 대한 정의가 기한과 범위 측면에서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된다.

공부의 기한은 중고등학교로 한정되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세상이 지식정보화 시대이고, 초연결주의 세상이 되다 보니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었고, 그런 공유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사회 제도와 문화의 변화를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거시적 변화는 내가 하는 직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의 지식을 재탕, 삼탕하는 것은 경쟁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는 성숙하지 못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의 범위가 책과 논문 그리고 강의라고 협소하게 정의하였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부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인 관계 속에서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급한 배신을 통해 분노의 감정을 체험하게 되었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타적인 도움을 통해 행복의 감정을 체험하기도 하였다. 수행한 업무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도 앞으로의 삶에서 반드시 해야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되는 지혜도 얻게 되었다. 존경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도 지혜를 얻게 되었다. 때로는 큰 실패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좌절과 우울한 시기엔 거친 아스팔트의 빈 공간에서 피어난 무명의 잡초에게도 배웠다.

이렇듯 호흡하며 살아있는 동안 체험하는 모든 것이 다 스승이고 학습의 자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분이 그랬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학습하는 죄인이다.” 적지 않은 삶을 살다 보니 이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죽을 때까지 학습을 해야 되는 것일까? 개, 돼지 같은 동물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공부는 필요하다. 인간과 동물은 무엇이 다른가? 동물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순응하면서 본능이 정해준 공식에 따라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따라서 동물에겐 의식도 없고 선택의 행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주어진 환경에서 생물학적인 호흡을 할 뿐이다. 반면 인간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지만, 자신과 외적 조건을 의식하면서 삶의 방향과 태도를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자신과 외적 조건을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즉 인간에게 삶이란 정해진 운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열린 가능성이며 인간이란 존재는 이미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을 단련 시켜야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시키지 않으면 인간은 정신적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주장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기본적인 충동이 존재한다. 하나는 생명지향적인 충동으로서 무릇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성장을 지향하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망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죽음에의 충동으로서 생명이 존재하기 이전의 무기물로 되돌아가려는 욕망이다.
두 개의 충동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다. 즉, 생명지향적인 충동이 방해를 받으면 이것을 향하던 에너지는 파괴의 에너지로 전환되어서 한 생명체를 죽음으로 이끈다. 그 파괴의 에너지가 자신을 향하면 마조히즘이 되고, 타인을 향하면 새디즘이 된다. 마조히즘은 자신을 육체적, 심리적으로 학대하는 것이고, 새디즘은 타인을 학대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생명의 씨앗을 아름다운 꽃으로 만개시켜서 삶의 의미를 찾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키는 끊임없는 학습을 게을리하면 그 에너지들은 죽음을 부채질하는 장작이 된다는 것이다. 왜 인간이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생명의 씨앗을 만개시켜 아름다운 꽃으로 탄생하기 위해선 어떤 공부를 해야 되는가? 공부하는 방법 그러니까 공부에 대해서 공부해 보자.

3.단일순환/이중순환/삼중순환학습
제품에도 수준이 존재하듯이, 사람의 성품에도 수준이 존재하듯이, 작은 씨앗이 아름다운 꽃으로 성장하기 위한 학습에도 수준이 존재한다. 단일순환학습(Single-loop learning), 이중순환학습(double-loop learning), 그리고 삼중순환학습(triple-loop learning)이 그것이다.

이러한 학습이론은 지금은 고인이 된 하버드 대학교의 경영학과 교수인 크리스 아지리스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된다. 크리스 아지리스는 단일순환학습과 이중순환학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단일 순환학습은 지배적인 가치(Governing Value)를 변화시키지 않은 체 실수를 개선하는 학습이다. 단일순환학습은 비유하면 방이 너무 추우면 켜지고, 너무 뜨거우면 꺼지는 자동온도조절 장치와 같은 것이다. 자동온도 조절장치는 방의 온도라는 주어진 정보를 파악하여 본래의 기능을 자동적으로 수행한다. 반면 이중순환학습은 지배적인 가치를 변화시켜 실수를 개선하는 학습이다. 자동온도 조절장치에 비유하면 왜 일정한 온도에서 조절하는지 그 이유에 질문하는 학습이다.

단일순환학습(single-loop learning)이란 어떤 행동을 하였고, 의도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하자, 그 실패의 원인이 된 행동을 수정하는 학습을 말한다. 이 학습은 가장 초보적인 학습의 단계이다. 왜냐하면 잘못된 행동의 근본 원인이 된 기본 가정과 신념 체계의 변화 없이 오직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행동만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동일한 실수를 재차 하게 되거나, 행동 수정을 통한 문제해결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반면 이중순환학습(double-loop learning)은 어떤 문제의 근본원인이 되는 기본 가정과 신념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학습이다. 그러다 보니 행동만 수정하는 단일순환학습에 비해 학습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기업의 직무 교육을 하는 사내강사가 있다. 그는 교육생의 자발적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내는 강의를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는 성공적인 교육이 되기위해선 파워포인트와 키노트 등의 멀티미디어 도구를 잘 다루어야 되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일방적인 강의식보다는 게임으로 진행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본 가정(Assumption)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을 실시하였는데 아쉽게도 교육생들의 평가가 좋지 않다. 기대한 목표와 얻은 결과 간의 갭(Gap)이 발생하는 문제 상황에서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강사가 교육 실패의 원인을 행동수준의 차원에서 멀티미디어 도구를 잘 다루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거나, 재미가 덜한 게임을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반서응ㄹ 하고 그런 행동을 수정하기로 결정 하였다면 그는 단일순환학습(Single-loop learning)을 한 것이다. 반면 그가 ‘멀티미디어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이 과연 교육 만족도를 높인다는 나의 가정이 틀린 것은 아닌가?’ 혹은 ‘재미있는 게임을 해야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성인 교육에 대한 나의 신념이 틀린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고,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가정과 신념을 형성하여 내면화 한다면 그는 이중순환학습(double-loop learning)을 한 것이다.

예전에 선동열 전 삼성 야구 감독의 고등학교 때 일기내용을 스포츠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일기는 그가 광주일고 2학년 때 작성된 일기인데, 그 일기 내용을 보니 그가 어떻게 국보급 투수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일기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첫째는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볼카운트를 유리하고 끌고 가야 한다. 둘째는 당시 내가 볼만 빠른 투수로 알려져 있으므로 2구는 의식적으로 빠른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 셋째는 컨트롤인데 이건 세 가지고 나뉜다. 몸과 그립, 마음가짐에서 컨트롤이 비롯된다.”고 적혀있었다. 공 컨트롤을 위해선 육체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언급한 그 대목에서 그는 고등학교 선수 시절에 행동을 수정하는 단일순환학습(Single-loop learning)뿐만 아니라 훌륭한 투수가 되기 위한 이중순환학습(double-loop learning)의 원리를 터득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삼중순환학습(triple-loop learning)에 대해서 살펴보자. 아지리스의 학습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우리나라에선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책으로 알려진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삼중순환학습을 ‘학습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언급하였다.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학습하는 메타 학습을 뜻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메타학습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한 기본 가정과 신념을 활용하는데, 왜 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런 가정과 신념을 활용하였고, 그런 가정과 신념은 어떤 계기로 형성되었는지를 성찰하는 학습이라고 해석한다. 이런 성찰적 학습을 통해 개별적 가정과 신념을 담아놓은 한 개인만의 고유한 사고의 틀 혹은 인식의 틀인 정신모형이 변혁된다. 어떤 사람은 삼중순환학습을 통해 변화되는 것이 존재방식(Way of Being)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4.삼중순환학습과 근원적 변화(Deep Change)
주변 사람 중에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변화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갑자기 180도로 달라져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삶의 부침 속에서 한 두번 씩 그런 사건을 경험한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 속 인물로는 스쿠루지 영감을 꼽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 스토리 중 개과천선의 스토리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 이야기가 스쿠루지 영감님의 이야기이다. 스쿠루지 영감의 개과천선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바로 꿈 속에서 자기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지고 있는 가를 목격한 사건이다. 지금은 힘도 있고 돈도 있고 자기 마음대로 하지만 이런 식의 수전노로 늙어갈 경우, 미래에는 누구도 자신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심리적으로 죽어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것을 계기로 돈이 최고라는 신념을 내포한 과거의 정신모형을 버리고, 새로운 정신모형을 갖게 된다.

5.제리맥과이어의 삼중순환학습

영화<제리맥과이어>포스터, 소니픽쳐스, 출처 네이버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주연)는 잘 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다. 그는 그 분야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자로서 미국 스포츠계의 유명한 스타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돈과 명예를 거머쥐고 있는 사람이다. 출세가도를 질주하던 어느 날, 그는 그가 관리하고 있는 선수의 아들에게서 ‘Fuck you’라는 욕을 먹는다. 이유는 그가 선수의 건강은 고려치 않고 오직 선수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그 사건을 통해 그는 돈벌이에 치중하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낀다. 선수의 아들에게서 욕을 먹기 전까지는 스포츠 에이전트는 오직 많은 돈을 버는 역할을 수행해야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으나, 그런 신념에 의문을 품은 것이다. 여러 날 방황하다가 하나의 깨달음을 얻고 회사에 제안서를 작성한다. 제안서의 핵심 요지는 회사가 관리하는 선수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그들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고, 그는 회사를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나는 제리 맥과이어가 선수 아들에게서 ‘Fuck you’라는 욕을 먹는 순간을 삼중순환학습의 순간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사건을 계기로 ‘내가 살아온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지향해야 되는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의문에 직면하였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고, 새로운 신념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6.영화 변호인의 삼중순환학습

영화<변호인> 포스터, 제작 위더스필름, 출처 네이버영화

주인공 송우석(송강호 주연)은 1980년대 초반 부산에서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에서 잘나가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그러다가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 분)의 시국 사건을 맡게 된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그가 과거에 경험한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반칙과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삼중순환학습의 순간이다. 그는 새로운 정신모형을 장착하게 되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변호사의 길을 가게 된다.

7.어느 엄마의 사건
어떤 엄마와 초등학생 막내딸 이야기다. 엄마는 막내딸이 못마땅하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노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오직 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가가 없는 무조건적인 헌신을 하고 있는데 딸이 그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 무척 서운하다. 공부를 잘하는 첫째와 둘째 달과 달리 막내 딸은 상대적으로 많이 못한다. 그럼에도 엄마는 비교하지 않으면서, 막내 딸을 사랑으로 키우고 있는데 그것을 몰라주니 서운하다.
엄마는 그런 딸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최신 스마트폰을 사주겠다고 꼬신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딸은 스마트폰을 얻기 위해 한 달간은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난 이후엔 과거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너무 속상하고 짜증이 났고, 매를 들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막내딸과의 관계는 더욱 안 좋아졌다. 이젠 엄마의 눈도 보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엄마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자녀와의 소통 대화법 수강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핵심 내용은 언어적, 비언어적 경청을 통해 자녀의 감정을 알아주면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강좌의 구체적인 기법 중엔 ‘I- 메시지 대화법’과 ‘그렇구나’라는 말을 해주는 기법이 존재한다. 엄마는 그 기법을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였고, 딸과 대화를 할 때 여러 차례 시도하였다. 그럼에도 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거의 자포자기 심정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이번엔 엄마는 우연히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교양 강좌의 워크샵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워크샵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자신의 위선, 자기 합리화를 직시하는 교육이다. 이 엄마는 이 교육을 통해 자신의 위선을 정확하게 직시하였다. 그녀는 막내딸을 진심으로 온전히 사랑한다는 생각으로 그녀를 대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면서 그것이 거짓된 행동이라는 점을 자각했다. 그리고 막내딸은 그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공부를 잘하는 큰 딸과 막내 딸을 은연중에 비교하였고, 막내딸을 믿지 못하고 비난하였다는 것을 자각하였다. 그리고 말로는 막내딸의 인생을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였지만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성찰해 보니 막내딸이 좋은 대학교에 진학해야 집안에서도 흠결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 모임에서도 떳떳할 수 있겠다는 명예욕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막내딸은 그런 엄마의 위선을 간파하고 있었으며, 그런 위선 때문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막내딸이 엄마의 진심 어린 사랑을 받길 원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것을 자각하자, 그 엄마는 큰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막내딸에게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말하리라 다짐했다. 실제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서 막내딸에게 위크샵에서 있었던 느낌을 솔직하게 다 말했다. 그러자 둘 사이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둘 간의 관계는 좋아졌으며 막내딸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였다.
즉, 엄마는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는 삼중순환학습을 하였고, 그 결과로 막내딸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었고 둘 사이는 개선되었다.

8.아내의 일기
나는 올해로 결혼한지 결혼한지 11년 되었다. 내 또래에 비해 결혼이 늦은 편이다. 결혼한지 4년 차 되던 해에 내게 큰 충격을 주는 일이 발생한다. 늦은 밤 서재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책꽂이에 있던 아내의 일기를 보게 되었다. 여러 편의 일기 중에 충격적인 글을 발견한다. 아내가 나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글이 있었다.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후회한다’는 글자만 초점으로 잡히고, 나머지는 뿌옇게 배경처리 될 정도였다. 깜짝 놀랐다. 그 일기를 보니, ‘내가 자신의 말을 경청도 하지 않고, 이기적이고, 자기 주장만 펴는 독선적인 남편’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에 나는 대학원도 다니고 있었고, 리더십에 큰 관심을 갖고 무척 열심히 리더십을 공부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거기다가 대인관계와 관련된 구체적인 스킬을 가르쳐주는 교육 과정도 열심히 청강을 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즉 나는 당시 한창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인간 심리를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론으로 부장하였고 배운 이론대로 아내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남편으로서 위기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리더십 강사로서도 위기를 겪었다. 큰 두려움이 느껴졌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부부 상담을 받아야 되는가?’, ‘나 혼자 상담을 받아야 되는가?’ 등등 그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차에 아주 우연히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2일 간의 리더십 워크샵에 교육생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그 워크샵을 통해 나는 그 동안 내 자신을 속이고, 아내를 속이고 있다는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되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잣대로 아내를 대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었다. 아내의 슬픔과 고통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 아픔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었다. 아내의 슬픔과 고통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 아픔에 공명하게 되었다. 그러자 내가 아내를 대하는 태도와 행동이 달라지게 되었고, 아내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큰 고비를 넘기고 살고 있다. 물론 그 사건 이후로도 우리 부부는 또 수시로 싸우지만 당시 아내의 일기를 통해 나의 위선과 이중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즉, 나는 나의 마음을 성찰하는 삼중순환학습을 하게 된 것이다.

9.간디는 말했다. “Be the change that you wish to see in the world”
나는 이 말을 외부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우리의 내적 세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나는 간디의 이 말 속에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는 대로(내적세계) 외적세계를 경험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한 인간의 내적 세계를 규율하는 정신모형을 세상을 해석하는 안경 혹은 렌즈로 비유한다. 빨간색 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에게 세상은 온통 붉은 색이다. 파란색 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은 세상이 온통 파란색으로 보일 것이다. 세상이 오직 붉은 색으로 보여서 불만이라면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세상을 온통 붉은 색으로만 보게 만드는 자신의 안경(내적 세계)을 바꿔야 한다.

나는 오랜 시간 기업교육 현장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런 오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몇 가지 진실이 있다.

첫째, 사람이 사람을 결코 변화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타인을 변화시키려 하는 순간 그 사람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그런 시도에 적극적으로 저항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교육현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삶의 모든 국면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과 다투면서 실제 체험하였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숱한 갈등과 반목의 이면엔 타인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적으로 변화 시키려 할 때 발생한다. 아내를 내가 원하는 의도대로 변화시키려 할 때 마다, 아내는 그것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아내가 나한테 그런 태도를 보일 때도 나도 똑같이 저항했다.

둘째, 오랜 교육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두 번째 사실은 타인이 타인을 변화 시킬 순 없지만 사람은 자신의 내적 선택에 의해서 스스로를 변화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지한 성찰을 통해 자신의 불완전 성을 충분히 자각할 때 사람은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성찰하면 대인관계측면에서의 자신의 약점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성을 발견하게 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구나 이중적이다.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부끄러워진다. 그 순간 변화를 선택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 그리고 결국엔 주체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변화하는 순간에 놀라운 결과가 발생하는데 타인도 변화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은 나의 불완전성과 이중성을 충분히 자각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자각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이것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이 되어 타인 또한 변화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변화의 원리가 리더십의 본질이자 영향력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미시건 대학의 로버트퀸은 리더십은 “어떤 행동양식이나 다른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가 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리더십은 행동상의 스킬을 연마하거나, 직위나 신분을 획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개발되지 않고, 리더 자신의 내면 성찰을 통해 개발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내면 성찰을 통해 자기 위선과 이중성을 자각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변화를 선택하게 되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고, 과거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본다. 그리고 새로운 행동을 하게 되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결과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탁월한 리더가 되고 싶은가?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가? 극심한 갈등에 놓인 직장동료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가? 핵심 거래처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상대방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옳은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 삼중순환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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